카바레트의 치유적 가능성
치유적 의미에서 즉자는 이로니를 통해서 즉자와 대자가 만나는 관계를 형성한다. 부정성을 표현하는 이로니(Ironie)야말로 카바레트의 가장 근본적인 표현방법이며 헤겔의 변증법이 직접적으로 무대에서 활동성을 지닌 생동하며 치유하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부분이다. 이 직접적인 활동은 관객들이 어느새 내부적으로 자가 치유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부정성의 표현방법으로서의 이로니가 어느새 자가 치유의 치료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즉자와 대자가 만나는 과정을 통해 자가 치유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관객들은 공연자의 외적 자극이 아닌 내적 부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즉자를 대자화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즉자는 자신의 대자를 스스로 찾아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즉자대자의 동반을 경험하며 자가 치유, 즉 힐링(healing)을 완성하게 된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찾게 되는 대자야말로 주체성을 가진 즉자로 환원되며, 이 환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유는 어느새 변증법을 통한 합(Synthese)의 자리를 찾아가며 그 가운데 즉자는 변증법에 의해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즉자대자적(An und Für sich)인 모습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간다. 여기에서 말하고자하는 공유는 멈추어진 공유가 아닌 운동성을 지닌 공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운동성을 지닌 부정성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운동하는 이로니라는 표현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
카바레트의 소외성 효과는 관객에게 인식을 요구하기보다 관객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요구하기에 관객이 느끼지 못하도록 즉흥성, 즉 소외성 효과라는 이로니를 바탕으로 부정성을 운동시킨다. 이러한 점에서 카바레티스트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공연진행 방식을 보자면, 관객의 참여를 위해서 스스로 극의 파괴를 만들고, 그 파괴에서 발생한 야유를 관객에게서 부정성의 한 모습으로 이끌어낸다. 이 야유를 통하여 관객은 어느새 소외성 효과에 저절로 스며들어 마치 자신이 공연을 하는 것처럼 느끼면서 무대와의 이질감을 벗어버린다. 이 참여가 바로 헤겔이 말한 부정성 즉 운동성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야유가 유도하는 것이 또한 부정성의 운동성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카바레트의 가장 기초적인 행동(Akt)의 원천이 바로 부정성이라는 이로니인 것이다.
소외성 효과를 바탕으로 한 즉흥성은 부정성을 바탕으로 한 카바레트 공연예술에 있어서 공연자와 관객의 간극을 메워가는 공연방법이다. 그리고 헤겔의 부정성을 기반으로 한 카바레트와 마르크스 변증법을 기반으로 한 브레히트의 카바레트적 연극이 서로 다르게 나아가는 부분이다.
브레히트 이후의 연극계는 현재까지 많은 변화를 추구하여 소외성 효과(alienation effect, estrangement effect ; Verfremdungseffekt)를 순수한 연극의 요소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소외성 효과 가운데 브레히트의 소외성 효과는 브레히트가 카바레트에서 발견한 방법을 마르크스적 변증법으로 재정립한 표현방식이다. 브레히트에게 소외성 효과를 직접 시연함으로써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카바레티스트로는 2차 대전 이전에 활동을 했던 카를 발렌틴을 들 수 있다. 카를 발렌틴은 비틀린 논리를 무기로 맥주를 마셔대는 관객들과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공연을 진행시켰다. 바로 이 공연 모습이 브레히트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카를 발렌틴(Karl Valentin)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소외성 효과 그 차체였다. 그리고 발렌틴과 브레히트 두 사람은 몇 개의 작품을 함께 작업했는데, 그 가운데 브레히트의 초기 단막극인 <결혼식>의 경우 발렌틴의 성격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이후 브레히트 작품들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브레히트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브레히트는 발렌틴으로부터 ‘거리두기’, 즉 소외성을 이용해 관객들에게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마저도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공하는 실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후 브레히트는 카바레트에서 보다 정극이 자신의 소외성 효과 이론을 접목시키기에 용이하다고 생각하여 카바레트 무대를 떠나서 연극 무대로 옮겨가게 되었다. 이로써 브레히트 자신은 마르크스적 변증법을 이론적 기초로 삼으면서 헤겔의 소외를 기반으로 하는 정통 독일 카바레트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상의 과정에서 브레히트는 소외성 효과의 원론에서 벗어나 계몽과 치유의 예술이자 철학공연예술인 카바레트와 거리를 두게 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