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레트란? 02 카바레트에 있어서 브레히트의 소외성

브레히트의 소외성
 
소외성(Verfremdung)은 일반적으로 20세기 독일의 카바레트 극작가이며 연극 연출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은 카바레트에서 시도된 공연방해에서 브레히트 스스로가 힌트를 얻은 방식이다. 브레히트는 자신이 카바레트 극장에서 경험한 담배를 피워대면서 자유롭게 왁자지껄한 공연장의 모습이야말로 공연자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 매개물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소외성으로 개념화하였다. 이후 소외성의 개념은 브레히트를 통해 연극으로 넘어가면서 20세기 연극의 표현방식으로 구체화 된다. 브레히트의 소외성은 이전의 연극(정극)에 나타나는 극의 진행과정에서 탈피하여 현실에서 보이는 친숙한 주변을 생소하게 보게 하는 방식으로, 극중 등장인물과 관객 사이의 감정적 교류를 방해하면서 오히려 반감을 통해 관객의 적극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주된 표현의 방식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소외성을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사건들에 대하여 충격적인 것, 즉 설명이 필요하며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없는 그 무엇으로 제시하는 수법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소외성은 무대의 공연자가 마치 관객 중의 하나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이유로 소외는 관객 자신이 공연이 진행되는 가운데 무대의 사건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고 비판하는 태도를 가지고 어느새 관객 자신의 부정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극이론에 입각한 종전의 공연은 관객들이 무대 밖의 객체로 머물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관람 방식이었다. 그러나 브레히트는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적 관람 방식을 거부하고 카바레트에서 도입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방식을 추구하였는데 이것을 이름하여 소외성(Verfremdung)이라고 개념화한 것이다.
그리고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소외성에 대하여 소외성의 순수하고 심오한 효과적 사용은 사회가 자신의 상태를 역사적으로 그리고 개선 가능한 것으로 간주함을 전제로 한다. 순수한 소외성은 투쟁적 성격을 갖는다.”라고 말하면서 이 소외성을 변증법적 유물론의 자기 발전단계에 접목시켰다. 브레히트는 소외의 방식으로 공연자의 객체화를 적극 추구하였고, 그 가운데 부정성을 가미하여 관객의 환상적 감정이입을 거부하고, 관객의 냉철한 이성과 비판력을 통해 공연에 대한 관객의 참여를 요구하였다. 이러한 반()아리스토텔레스적 공연기법의 일환으로 대사 가운데 주석달기, 관객에게 말 걸기, 번호 붙이기, 노래삽입 등을 시도하였다.
브레히트가 자신의 공연 <한밤의 북소리>라는 카바레트에 직접 출연해서 자신의 곡을 부르면서 시도한 소외성의 부분에 대해서 평론가 리온 포이히트방거는 그러고는 한가운데 서서 끔찍할 정도로 크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밴조(Banjo) 반주에 맞춰 너무나 뻔뻔스럽게 노래를 불렀는데, 억양도 영락없는 바이에른 사투리였다. 그래도 큰 도시의 관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는 방식은 전에 없었던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가사는 가벼우면서도 심통 맞고 뻔뻔했으며, 수많은 인물이 두서없이 들어차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카바레트 무대에 대하여 1924년부터 서사-담배-극장등의 세 가지 주제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관람객들이 카바레트 극장에 부담 없이 찾아와서 주눅이 들지 않은 상태로 공연을 보며 공연 후에 토론에 참여하는 모습을 자주 상기했고, 이러한 모습을 통해서 브레히트는 자신의 눈으로 본 관객들의 행동과 공간의 상호연관성, 즉 서사(카바레트 공연 객체화)-담배(공연을 바라보는 관객의 자유로움 주체에 대한 부정성)-극장(공간적 객관화)에 중점을 두게 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에게 영향을 끼쳤던 대표적인 카바레티스트(Kabarettist)로는 쿠르트 투홀스키(Kurt Tucholsky)와 발터 메링(Walter Mehring) 그리고 에리히 캐스트너(Emil Erich Kästner) 등이 있는데, 이들은 브레히트와 카바레트 무대에서 함께 공연 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예술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대한 비평적 접근(satirischen Kritik)을 시도했던 부분들에 브레히트는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영향의 결과로 브레히트는 소외성 효과를 개념적으로 정립할 수 있었다.
리사 이파냐네시가 밝혔듯이 브레히트는 쿠르트 바일(Kurt Weill)과 함께 풍자적인 노래에 감상적인 부분을 가미했는데, 이 풍자의 요소가 후일 브레히트에게 극 진행 가운데 발생하는 소외성 효과로 진행되었으며, 브레히트 특유의 연극대본으로 발전하는데 이바지했다. 특히 본인도 밝혔듯이 브레히트는 대중의 언어를 차용한 카바레트 샹송을 모델로 삼았다. 카바레트 샹송에는 단순한 몸짓을 넘어 태도를 담아내는 게스투스(Gestus)의 본질적 특징이 담겨있다.
카바레트에서 활동하던 브레히트는 자신의 인생을 마르크스식 사회주의자로 정하게 되면서 마르크스적 유물론자로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그의 이론의 중심에는 항상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이 자리를 잡게 된다. 이 부분이 정통 카바레트가 헤겔의 변증법을 기반으로 부정성을 활용한 것과는 달리, 브레히트는 유물론적 역사 투쟁의 방식을 연극에 대입해서 소외성 효과를 이끌어 내었다. 그가 제시한 이론은 다음과 같다.
 
변증법과 생소화
1) 이해를 위한 생소화(이해-불이해-이해), 부정의 부정
2) 이해될 때까지 이해 안 되는 것의 누적(양적인 것에서 질적인 것으로의 변화)
3) 일반성 속의 특수성(독특하고 일회적이며 그러면서도 전형적인 사건)
4) 전개의 계기 (한 감정이 그 반대되는 감정으로 변화되는 것, 비판과 감정이입이 동시에 이루어짐)
5) 모순 (이런 상황 속의 이런 사람! 이런 행위의 이런 결과!)
6) 한 가지 사실을 다른 사실을 통해 이해하는 것 (처음에 그 의미가 당연하게 파악되던 한 장면이 다른 장면과 결부되어 다른 의미를 갖고 있음을 알아내는 것)
7) 도약 (자연스러운 도약, 도약이 있는 서사적 전개)
8) 대립의 통일성 (합일성 안에서 대립을 찾는다. 예를 들어 [어머니]에서 모자간의 경우 외적으로는 합일되어 있지만, 내적으로는 임금 때문에 서로 싸운다)
9) 학문의 실용화 (이론과 실제의 일치)
 
브레히트의 이론에 따르면 무대는 철저하게 변증법적 유물론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1)에 나타난 구조는 헤겔의 변증법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며, 이 구조에서 이해-불이해-이해는 헤겔이 말한 즉자가 부정성을 통해서 대자화되는 과정을 아주 친숙하게 정리하고 있다. 특히 본 논문이 주목하는 부분은 불이해의 부분이다. 이 불이해는 헤겔의 부정성과 일치를 이루는데 이 불이해는 극복을 위한 불이해를 의미한다.
 
헤겔의 실체에 대한 부정성 논의에서 나타나는 실체가 곧 주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실체에 순수하고도 단순한 부정성이 작용하면서 바로 이로 인하여 단일한 것이 분열됨을 뜻한다.” 라는 말처럼 실체가 주체가 되는 내적부정성이 변증법을 통해서 긍정의 이중 부정으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헤겔은 부정의 부정이 바로 긍정이라는 부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 부정의 부정을 브레히트는 4)에서 재반복하고 있다. “전개의 계기(한 감정이 그 반대되는 감정으로 변화되는 것, 비판과 감정이입이 동시에 이루어짐)”는 즉자에게서 발생한 상황, 즉 공연자가 공연 가운데 관객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을 나타난다.
또한 모순(이런 상황 속의 이런 사람! 이런 행위의 이런 결과!)은 부정성 속에 나타난 이로니(Ironie)를 설명하는 것으로 단순히 모순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모순을 통한 부정 그리고 그 부정의 부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매개로서의 모순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 감정이 그 반대되는 감정으로 변화되는 것은 헤겔의 부정성을 재차 반복하고 있는 부분이다. 즉 긍정을 위한 부정의 선택을 다시 설명하고 있다. 더해서 비판과 감정이입이 동시에 이루어짐에서 브레히트는 헤겔의 변증법 속에 나타나는 변증법적 운동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상에서 나타난 내용은 브레히트가 헤겔의 이론에 입각한 극 이론을 세웠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 이론에 입각해서 보자면 헤겔의 철학이 공연예술에서 직접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브레히트는 배우들에게 자주 소외성 효과를 요구하였는데 역을 맡은 배우들은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 그래서 브레히트는 정극 출신이 아닌 카바레티스트들을 자신의 무대에 세울 수밖에 없었다. 카바레티스트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소외성 효과가 정극 배우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브레히트의 소외성 효과는 이미 존재하고 있던 카바레티스트들의 즉흥성을 헤겔의 변증법적 용어들로 치환하는 역할만을 담당한 것이다. 또한 브레히트는 부정성의 운동법칙을 소외와 모순의 구조로 해석하며 그러한 운동의 매개로서 이로니(Ironie)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브레히트는 변증법의 구조를 바탕으로 자신의 소외성 효과를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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